- 끝과 시작이 없는, 시간의 리듬 안에서의 어떤 풍경 -
밤을 감싸는 바다의 대기가 품고 있는 검고 쌀쌀한 어두움, 아침을 감싸는 대기가 품고 있는 안개와 같은 허여멀건함, 낮의 열기로 데워진 바다의 아스라한 여유로움. 다른 시간 속에서, 대기의 열기 안에서, 다른 습도 안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바다를 기억한다.
심문섭의 회화에는 그것의 표면 그것의 색 그것의 분위기 그것의 조화로움 그것의 순간성 그것의 영원성 그것의 결 -
거칠게 혹은 부드럽게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시적 마티에르가 있을 뿐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물질이 서로 만나서
얽히는 사이에 생기는 시적인 양상이다.
생성과 소멸, 존재와 시간, 응집성과 개방성,
공존성과 가변성을 그대로 품은...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의 반복,
붓을 들고 긋기를 계속하는 행위 -
그림에 담긴 깊이, 애매성, 리얼리티, 허구성 같은 풍부함 이야말로
바다의 생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