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자유롭게, 그리고 거침없이,
1980년대 슬럼화된 뉴욕 이스트빌리지를 배경으로 시대적 감정을 표출한 예술가들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동 중인 최동열 작가는 2019년 12월 19일(목)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갤러리 인터아트채널에서 <Nomadic Life in NY: 최동열과 East Village 친구들>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시작한다.
198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든 예술가들은 기성 예술과는 다른 맥락으로 예술을 표현하였다. 이들의 예술은 세상이 끝난 듯, 기존의 예술이 끝난 듯, 새롭고 자유롭게, 거침없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동시에 자유를 갈망하며, 현실을 거침없이 드러내려는 실존적인 존재의 형태가 삶이 되어버린 예술을 보여준다.
당시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예술가들 중에 한국의 최동열 작가가 있다. 베트남 전쟁 참전 후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도미한 최동열은 이스트빌리지의 중심에서 고단하고 처절한 현실을 동료 아티스트들과 부대끼며 살아냈다. 그들은 유목의 상태에서 타오르는 열정으로 삶의 어느 곳이든지, 우리가 걷고 지나가며 마주하는 생의 불안과 현실의 압박 속에서 피어나는 불씨들을 그래피티로, 사진으로, 회화로 표출하였다.
뉴욕, 히말라야, 한국을 오가며 유목적 삶을 살아온 최동열의 작업은 자유로운 예술적 토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직관적인 대담한 선과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색, 에너지가 넘치는 캔버스 안에서 히말라야와 작가의 정신세계의 편린을 마주하게 된다. 삶이 자연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숭고함과 인간의 생의 불안을 품고 있는 히말라야, 그리고 빈부격차,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정치적 억압, 마약과 에이즈로 많은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가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던 당시의 이스트빌리지는 최동열에게 있어 생존의 치열함이 기저에 깔린 환경 속 삶과 직결된 예술을 표현한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대담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감 밑바닥에는 눈이 녹지 않는 히말라야가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1980년 이스트빌리지, 아무것에도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현실을 느끼는대로 표출하는 그 시대의 감정이 실려있다.
이번 전시에는 최동열 작가의 유화, 밀랍, 도자기, 드로잉 등 40여 점의 작품을 비롯해 당시 이스트빌리지의 중심에 있던 아티스트들 - 크래쉬(Crash), 데이즈(Daze), 마샤 쿠퍼(Martha Cooper), 제임스 롬버거(James Romberger)의 작품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