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GREGATION, CHUN KWANG YOUNG
전광영 개인전
2022.01.27 - 2022.02.28
인터아트채널
1960년대, 아직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상실된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당시 대부분의 한국 작가들은 프랑스, 그리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전광영은 김환기가 정착한 곳 – 미국으로의 유학을 선택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듯 보였지만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적 카오스를 겪고 있던 미국에서 한국의 도제식 미술 수업에서 벗어나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자유로움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상상력이나 표현법의 구속이 없는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적 형식과 전통 수묵화로부터 이어오는 동양적 표현방식 – 캔버스, 종이, 그리고 물감들이 지닌 고유의 물성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스스로 표현되는 방식 – 을 통해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동양적 추상표현주의를 정립하였으며, 다양한 색의 물감을 캔버스와 종이에 자연스럽게 날염하며 고정하는 화법을 통해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미술 언어를 탄생시켰다.
90년대 중반, 작가는 어린 시절 자주 접했던 한약방의 약재들이 스며든 한지의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고서를 접어 다채로운 색으로 날염하고 이를 캔버스에 빼곡히 배치하는 ‘집합aggregation’ 시리즈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는 과거와 미래 모두에 속할 것으로 여겨지는 형태들을 만들기 위해 개인의 역사, 국가의 역사, 미술의 역사 그리고 특별한 철학의 역사를 가져왔다. 그의 한국적 유산을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작가로서 국경을 넘어 멀리 울려퍼지는 넓은 개념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을 발견해 왔던 것이다.
전통과 시간의 축적, 응축된 역사와 인간사를 집합적으로 화면에 표현한 그의 방식에 세계는 열광하였고 2017년에는 ‘보고시앙 재단Boghossian Foundation’의 초청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개인전을, 2019년에는 뉴욕 5대 미술관 중 하나인 브루클린 뮤지엄에 초청되어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후 오리건 주립대학의 조던 슈니처 미술관으로의 순회전시를, 2022년 1월 27일에는 이태원 인터아트채널과 러시아 모스크바 미술관 개인전 오픈을 이어나가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광영의 이러한 독창적인 방법은 지나간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만능주의와 자본, 독재 등에 찌든 기억의 편린들을 채색된 종이에 포근하게 감싸 우리들에게 치유의 오브제로 전달한다. 이에 세계 미술계는 새로운 동양적 추상표현주의를 정립한 전광영의 작품을 통해 생생하고 오묘한 빛과 색의 아름다움에 열광하리라 확신한다.
세계 미술계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수요는 희소성과 작품성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여 세계적 작가로서의 잠재성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작가가 자신의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면서도 어떻게 국제적 미술 언어를 사용하는가가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된 세계 미술계에서, 전광영은 김환기의 다음 세대로서, 한국미술의 맥락을 이어나가는 대표적 작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