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 시장 논리를 넘어 작품성의 논리로

2007년 국내 경매시장 낙찰 총액 284억 5,580만원, 07년 3분기까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던 이우환의 작품가는 4분기에 들어서 주춤해졌다.

이것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이우환의 작품가는 곧 한국 미술시장의 호황과 규모의 성장과 맥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단순히 과열 현상에 따른 거품이었는지에 대해, 조정국면이라는 섣부른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미술시장은 분명 주식 시장처럼 숫자에 민감하다. 그러나 숫자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에서도 투기성 자금의 유입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작품의 작품가가 열 배 이상으로 뛸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의 현실화가 가능한 시장이기도 하지만 분명 그런 식의 가치 농락은 얼마 가지 않아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검증된 작가에 작품성이 인정되는 작품의 작품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 까지도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장의 규모가 증대되는 현상에 대해 보다 장기적이며 국제적인 시각에서 논의를 하고 있지 않고, 단순히 경매에서 낙찰되는 시장의 등락만 가지고, 전체 미술 시장을 살리고 죽이는 식의 발언은 곤란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우환의 상승된 작품가는 침제기에 있었던 기존 미술 시장에서 저평가 되어 있던 작품가가 미술시장의 양적 팽창에 따라 상대적으로 제 위치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중국 작가 웨민쥔(Yue Minjun)은 지난 2년 동안 거의 100배로 가치가 상승되었다. 그러나 누가 이제 그것을 거품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단순히 2007년에 가치가 몇 배수가 됐다고 해서 그것이 거품이라는 식의 발언은 곤란하다. 미술 작품은 전세계 미술시장에서 목격할 수 있듯이 언제든 급격히 가치가 치솟을 수 있는 요인이 분명 있다. 그 요인은 경제 논리와도 맞닿아 있지만, 작가와 작품성이라는 토대가 든든하게 있어야만 가능하다. 영국의 테이트와 같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이우환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과 비엔날레 전시는 우연이 아니다.

그의 작품이 한 해 사이에 급격히 올랐기로서니 그것이 거품이다 혹은 지나쳐서 조정되는 것이 맞다,는 식의 목소리는 미술시장이 침체되었던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의 시각에서 현실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백남준을 제외한다면 국내 작가로 그만큼 해외에서 검증된 작가가 있었는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가치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과거지향적 태도는 곤란하다. 가치는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작품의 이해가 부족한 수요층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나 기호성향이 분명한 수요층으로 형성되기 전에 국내 및 특히 일본 경매시장에서 공급된 출품작 수가 많았던 것도 그의 작품가에 대해 불안한 심리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1차적으로 이우환 작품을 구매한 콜렉터들은 최고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을 때 작품을 내놓은 것이고, 2차적으로는 이들의 공급이 한꺼번에 무분별하게 시장에 노출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우환의 작품의 난해성과는 구별되어야 하는 현상임을 구분해야 한다. 대중은 작품에 대해 어렵다라고 말할 수 있다. 실상 이우환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실물로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은게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술시장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나 저널리스트가 그가 난해하기 때문에 대중적 기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거기엔 문제가 있다.

그들이 모든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기호의 문제이지 작품 해석의 문제가 아니며, 미술이라는 것 자체가 난해한 소지가 있다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점을 디자인적으로 배열해서 만든 작품을 두고 난해하기 때문에 대중성이 없다라고 할 수 없듯이, 이우환 역시 작품 자체가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난해하고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난해한 작품이라고 해서 대중성이 없다고 한다면 현대미술이 설 자리는 없다. 많은 현대미술작가들이 직접적 진술을 하는 도상학적이며, 설명적인 내용으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술과 사회적 현실이 동떨어져 있는 관계에서 예술이 항상 출발하지는 않지만, 관조자의 입장에서 작품은 언제나 현실 너머에 맞닿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해석 가능성에 의해 작품가와 대중적 기호 및 수요를 결부해서는 안 된다.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가 성장한 만큼 이제는 미술시장을 보는 시각도 풍부해져야 한다. 작품성 있는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항상 그에 걸맞은 위치를 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가와 작품가에 대해서 거시적인 시각을 가질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자체가 커진 것은 긍정적인 면이지만, 투자 대기업에 거대한 자금이 유입되면, 당장은 녹색 신호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 기업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유입된 자금의 성격까지도 분석해야 한다. 투기성 자금인지 아닌지, 그 자금을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은 안심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위험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현재 미술시장에 흘러온 자금도 마찬가지다. 작품성 있는 작품이 그 가치를 발휘하는 미술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숫자놀이에 빠져 있을 게 아니다. 숫자놀이의 위험은 숫자놀이의 부작용을 모두가 떠안아 결국 시장을 다시 침체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참여자들이 윈윈 게임을 하기 위해서 참여자와 자본도 더 증대되어야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선순환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참여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투자를 위한 작품을 구입하든 작품을 좋아해서 구입하든 어쨌든 시장 자체가 커진 것은 긍정적인 면이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일부 계층에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 공공성을 지닌 미술관부터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미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 생활 속에 판화 한 점이라도 들어간다든지, 무명화가의 그림이라도 오리지널이 집에 걸려 있는 것이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술작품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가치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술을 향유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자를 더 만족시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인식의 놀이가 활발해질 때 강해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름다움의 기준을 벗어나 누구나 결혼 예물로는 들어가야 한다 혹은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인식의 놀이에 의해 필수 예물처럼 사람들의 편견을 지배하기 때문인 것과 같다. 쌀 소비량은 줄어들었는데, 김치냉장고가 히트 상품이 된 데에는 누구네 집에도 있는데,라는 인식 때문이다. 누구네 집에 있는데, 나만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의 편견이 미술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모두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가격대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유통되는 시장이 있고, 다이아몬드 가치와 진위 여부를 일반인들이 분별해내기는 어렵지만, 일반인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감정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로망으로 만들고, 김치냉장고를 생활필수품으로 만드는 것처럼 미술작품도 저렴한 수준에서는 생활필수품처럼 인식돼야 한다. 시각은 훈련되는 것이며, 인식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숫자놀이가 가능해졌다면 이제 인식의 놀이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우환과 그의 작품도 역시 면밀한 분석과 비교 기준 없이 단순한 통계치를 가지고 숫자놀이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인식의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이우환, 그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높은 가치를 뒷받침해 줄 인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현재 한국 미술시장에서 필요하다. 이제 과거지향적으로 분배된 파이의 몫을 가지고 논쟁하고, 어떤 사건의 파장을 염려해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국내시장만 들여다보는 파행적 관행을 깨야 하며, 반박할 수 없는 가치가 예술 속에 미술 작품 속에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언어로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전문가 집단이 할 일은 작품의 가치와 작품가가 선순환하는 미술시장을 만든다는 한국미술시장의 비전을 갖고, 분석하고, 작품의 우열을 가리고, 인식을 만들고, 퍼뜨려야 한다.

글_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