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미술을 만나다

미국에 있던 시절, 이방인이라는 소외감이 느껴지곤 할 때마다 찾아가던 곳이 있었다. 브루클린 뮤지엄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부르클린 미술관에는 ‘청자양각연판문주자(도판1)’가 있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아미타불.지장보살도(도판2)'와 '청자상감운학문매병(도판3)’ 등이 있어 외로움을 달래주곤 했다. 다른 나라 유물과 비교하면 우리의 유물은 눈으로 보여지는 유물이 아니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유물이었기 때문에 유물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도판1
도판2
도판3

우리의 문화 유물은 다른 나라의 유물들처럼(특히 중국도자 등) 완결성을 보인다기보다는 그 시대와 면면이 흐르는 정신 세계가 이루어 낸 삶을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다른 세계를 완성시켜 주는 듯 하다. 이러한 의미로 우리의 문화 유물은 다른 나라의 유물들과 같이 보여질 때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차원에서의 문화 가치, 즉 느껴지는 것을 일찍이 표현할 수 있었던 우리의 문화 유물은 물질 문명에 피폐해져가는 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승화시켜주는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번 ‘미국, 한국 미술을 만나다' 전시품 중 유난히 눈에 띄면서 띄지 않게 있는 2가지 유물이 있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 있는 남궁연 기증(2001년)의 ‘백자청화작호문호(도판4)’와 '백자청화연지문접시(도판5)’이다. 기증된 많은 소장품들의 자세한 연혁이 소개된 것과는 다르게, 이 유물의 caption에만 기증자와 기증년도가 나와 있다. 기증 연도는 2001년인바 전시품 중 가장 최근의 기증품일 것 같았다. 남궁연 회장은 국보 145호 ‘청동귀면로(도판6)’를 위시 다수의 소장품을 용산 국립 박물관에도 기증 하신 분으로, 미국인들이 미국의 박물관에 기증한 한국의 유물보다 더욱 돋보이기에 기증의 연혁과 기증자의 소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도판4
도판5
도판6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바라보며, 우리를 만들어 갈 시기가 되었다. 싹이 트지 않은 곳에 비료를 줄 수 없으나, 이제 우리 문화 유물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고, 우리 문화의 창의성과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된 바, 모두가 소중한 우리 문화 유산을 아끼고 적극적으로 키워 나아가야 하겠다.

이제 제도적으로든, 사회적 관념으로든 우리가 새로운 중심이 되어 세계 각국의 미술관, 박물관에 국내 소장품을 적극적으로 기증하여 우리의 문화 유산 – 일본의 경우처럼 중요 문화재급은 안된다 하더라도- 을 세계 문화 유물과 직접 비교 전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애장품이라 하여 애지중지 자기만 보고 즐긴다는 소유개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서 키워 나간다는 세계화 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남궁연 회장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기증 작품이 재미교포 이종문 회장이 많은 기금을 내어 새로 단장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서 브런디지의 기증품보다 우리에게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하겠다.

글_김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