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가 점령해온 세계의 미술시장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한국화와 수묵화들(중국에서 호칭하는 잉크 페인팅)은 현재 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동양 현대미술의 근간이다.
동양의 문명과 장인정신이 깃든 여러 종류의 종이들, 강과 약을 조절해내는 붓놀림의 섬세함, 그리고 얇은 종이가 손상되지 않고 머금을 수 있는 만큼의 적절한 안료의 사용까지, ‘절제’와 ‘정도’를 찾는 뿌리깊은 동양의 사상과 철학으로부터 그 근본을 함께하여 왔다.
급격한 근대화와 함께 물밀듯이 쏟아진 서구의 문명, 점점 서구화 되어간 생활공간들, 그리고 서양미술사를 기준점으로 삼으며 동, 서양화의 분리를 당연시해온 미술계 안팎에서 잠시 그 존재감이 미미한 듯하였으나, 조용히 그러나 우직하게 그 맥을 이어왔다.
이번 2015 아트부산 특별전 ‘Asian Eyes on Paper’는 나무의 뿌리를 감출 수는 있으나 끊을 수 없듯, 우리만의 독특한 표현들로 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동양 현대미술의 뿌리인 동양화를 주목해 보고자 한다.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대의 공존으로 재해석된 전시공간 속에서 한국과 중국작가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표출된 작품들이 우리의 삶 속에 다시 자연스레 자리하는 그 새로운 시작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