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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호위무사가 된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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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서 '간다라 미술전']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 소장, 그리스·로마 영향받은 60여점

싯다르타 태자가 궁전을 떠나는 모습을 새긴 부조(浮彫). 그런데 기둥 모양이 왠지 낯익다. 기둥머리에 식물 장식이 새겨진, 교과서에서 배운 '코린트식(式) 기둥'이다. 출가한 붓다가 현인(賢人)을 만난 장면에도 오른쪽엔 머리를 풀어 헤친 근육질 남성이 호위하듯 서 있다. 우리가 사찰에서 만나는 금강역사와는 다른,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9월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간다라 미술전' 전시 유물이다. '간다라 미술'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BC 2세기~AD 5세기 인도 북부 간다라(현재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그리스-로마풍의 불교 미술 양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알렉산더 대왕(BC 356~BC 323)의 동방원정이 뿌린 헬레니즘 미술양식이 씨앗이었다는 것. 이번 전시에선 글로 읽던 간다라 미술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생로병사의 의문을 풀기 위해 브라만을 찾아간 붓다(가운데) 오른편에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키는 ‘근육맨’이 서 있다. AD 1~2세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 소장품.
생로병사의 의문을 풀기 위해 브라만을 찾아간 붓다(가운데) 오른편에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키는 '근육맨'이 서 있다. AD 1~2세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 소장품. / 인터아트채널
역사적으로 붓다 열반 직후 인도엔 불상(佛像)이 없었다. "자기 자신과 법(진리)에 의지하라"는 부처의 뜻에 따라 말씀(법)은 경전으로 남았지만 불상은 없었다. 각지에 보내진 붓다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탑)가 붓다의 삶과 법을 상징했다. 그 후 500년이 지나 문명의 교차로였던 인도의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 붓다의 모습을 새긴 불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시된 출품작은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 소장품 60여점. 주로 가로·세로 50㎝ 내외의 돌(편암)에 새겨진 부조(浮彫) 작품이 많다. 어머니 마야 부인의 태몽, 붓다의 탄생, 탄생 직후 목욕 장면, 아소다라 왕비와 결혼 장면, 궁전을 떠나는 모습, 붓다를 유혹하는 마구니들, 깨달음을 얻은 붓다 그리고 열반에 이르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붓다의 얼굴뿐 아니라 주변 장식까지 동서양 미술양식이 혼재돼 있다. 이 부조들 뒤에 걸린 통도사 팔상도 사진과 비교해 보면 각각의 사건이 인도와 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변용됐는지 알 수 있다.

 

전시 기획과 디스플레이는 초등학생 눈높이 정도에 맞췄다. 유리 케이스를 씌우지 않아 작품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사진 촬영도 자유롭다. 예술의전당 전시 후 출품작은 충북 단양 천태종 본산 구인사로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02)544-8401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8/2017072800133.html
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