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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철철 넘쳐 예술로 꽃 핀 이 곳 … 포스코미술관 2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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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푸집에 쓰인 폐철근으로 만든 정현의 조각. [사진 포스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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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지하 포스코미술관은 철제 미술품들의 집합소다. 개관 20주년 기념전 ‘철이철철’에 출품된 12세기 철제여래좌상. [사진 포스코미술관]

 

 

가야 고분에는 화폐로 썼던 철정(鐵綎)을 가지런히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철제투구와 철제 마갑(馬甲), 환두대도(環頭大刀), 쇠도끼 등이 부장됐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철기군 부대의 위용이 장엄하다. “철기의 등장은 국가의 성립을 예고하는 산업혁명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철기시대”라고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말한다.

 

포스코미술관이 개관 20주년 기념전 ‘철이철철_사천왕상에서 로보트 태권브이까지’를 연다. 입구에 악기를 연주하는 태권브이 두 대, 불법(佛法)의 수호자인 사천왕상이 버티고 섰다. 백남준의 ‘부다 킹(Buddha King)’은 철조 십이지신상과 마주섰다. 철 조각을 지나면 합금으로 사용 가능성을 확장해 가는 철을 이용한 가구·조명에 이른다. 통일신라 사천왕상부터 고려 철제여래좌상,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송영수의 50년대 용접 조각, 김택기의 ‘로보트 태권브이’, 김경환·류연희의 철제 디자인까지 80여 점을 전시한다.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에서 7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7월 17일부터는 장소를 포항 포스코갤러리로 옮겨 8월 13일까지 계속된다.


‘산업의 쌀’, 철로 일어선 모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전이다. 미술관은 95년 포스코센터 완공과 함께 문을 열었다. 같은 해 로비 아뜨리움에는 백남준과 부인 구보타 시게코의 ‘철이철철-TV깔대기, TV나무’를 설치했다. 백남준은 “포항제철은 철 만드는 회사이니 철이 철철 넘쳐나라”는 경쾌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건물 앞에 미국 추상미술의 대가 프랭크 스텔라의 조각 ‘꽃이 피는 구조물-아마벨(Flowering Structure-Amabel)’을 세웠다. 아마벨은 스텔라 친구의 딸 이름이다. 작품 제작 도중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비행기 잔해의 쇳조각이 뒤엉킨 듯한 이 조각은, 멀리서 보면 한떨기 꽃 모양을 하고 있다. 물질 문명의 상처를 담은 예술이 철강회사 앞에 ‘꽃피어’ 있다. ‘아마벨’은 처음 10여 년간 푸대접 받았다. 제작비 16억원의 ‘비싼 흉물’ 취급 받으며 철거 논란에 휩싸이자, 골머리를 썩히던 포스코는 작품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가렸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야트막한 좌대에 올라 야간엔 조명을 받는 거리 명물이 된 지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아마벨 뒤편, 건물의 고즈넉한 곳에는 정현의 ‘파쇄공’이 놓여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10년 가까이 철 부산물을 박살내며 제 몸을 뭉치고 깎은 8t 파쇄공이, 은퇴한 백전노장처럼 건물 옆 잔디밭에 놓여 있다.

포스코센터의 명물 조형물들에 비하면, 지하 미술관의 전시는 올망졸망하다. 세계적 철강 기업의 위상에 맞게 ‘미술이 철철 넘치는’ 미술관으로 커가는 향후 20년을 기대한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